Sincero

From. 차 연 본문

1차/7일의 편지

From. 차 연

윤라우 2023. 12. 10. 21:56

흰 편지 봉투의 겉봉에 제법 정갈한 글씨가 적혀있다.
안에는 접힌 편지지 한 장이 들어있다.


Dear. 문지기

 
해치를 닫고 있다고 했으니까 일종의 문지기가 맞지 않을까 싶어서 바꿔봤어요. 구름들끼리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구름 사이 볕.

맞다, 안부 인사를 먼저 쓰려고 했는데 받는 사람을 쓰고나니 생각난 게 있어서 그거 먼저 적었어요. 하지만 격식차리지 않은 편지란 건 원래 이런 식으로도 오가니까 상관 없지 않을까 싶어요. 내 무례에 대한 변명으로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미시는 편한대로 하세요.

우주 전체에 미시 혼자 남았다면 해치는 왜 닫는건가요? 그걸 닫으면 어떻게 되는데요?


p.s. 나는 어린이와 청년 사이에 있고, 궁사가 꿈이었어요. 지금은 파티시에를 생각중이고요. 그런데 우주 탐색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별 보는 걸 좋아했거든요.
p.s. 2 별 보는 걸 좋아했던 이유는, 눈에 문제가 심해질 즈음에는 햇빛을 제대로 보면 안 됐었거든요.
p.s. 3 그리고 앞이 안 보여봤는데 그렇게 큰 문제는 없더라고요. 안전한 곳에 있어서 그런지.
p.s. 4 왜 과거형이냐면, 지금은 보이거든요! 축하 고마워요. 미시의 편지도 직접 읽었습니다.

선별적으로 답해 미안해요. 구름 사이 볕이 답장을 줄 때까지 이전 편지에 대한 답장을 쓰고 있겠습니다.
당장이라도 해치가 다 닫힐까봐 마음이 급한 차 연.


내지의 글씨는 악필이 아니라고는 못 하겠지만
처음으로 줄이 그럭저럭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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