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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ro
고장난 라디오
네가 아니라 나. 내가 너더러 동생 닮았다는 이야기 한 적 있던가. 대화는 그렇게 뜬금없이 시작된다. 상대는 잠들어있으니 독백이라고 하는 게 맞긴 했다. 펜촉이 잉크병에 퐁, 담겼다 나왔다. 망설임없던 손짓 치고 허공에 떠있는 시간이 길다. 잉크가 방울져 떨어져내리기 전에 펜촉이 다시 병 안으로 들어갔다. 끝을 다듬어 방울지지 않을 정도로 덜어내고서도 침묵은 길다. 탁, 그는 가볍게 손끝을 튕긴다. 스치는 정도라 작고 탁한 소리가 난다. 반쯤 책상을 향했던 몸을 다시 튼다. 등받이에 턱을 걸친 불량한 자세이나 당신이라면 이걸 더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구석에 콕 박힌 몸. 웅크린 모양새. 그는 어렵지 않게 어느 여름날의 구석방을 떠올린다. 안그래도 작은 몸이 더 작게 구겨들던 시간들. 그 애는 인간의 몸으..
1차/바스티온 M. 핸즈
2022. 6. 30. 0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