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ro
무제 본문
그는 전쟁을 겪은 뭇사람들과 달리 누군가와 닿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꼭 그것처럼 잠자리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무엇을 두려워하기에는 두려운 일들을 많이 겪었고 이제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미지의 것들 뿐이며, 표피로서 사람들은 거의 비슷한 양상을 띄므로 그가 알지 못할 것을 두려워 할 일도 드물다.
다시, 그는 닿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어쩌다보니 명줄이 길었고 남의 상처도 제법 돌보게 된 입장에서, 또 의식을 잃거나 물에 절어 더 무거워 진 장정 서넛은 들쳐업고 움직일 수 있는 인력이었다는 점에서, 그는 차차 식어내리는 몸뚱이를 두려워 할 수 없게 되었고 그 몸뚱이가 혹여 따뜻한 채로 제 손을 떠나 운송되는 것을 기꺼워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이 닿았다 떨어지는 그 찰나의 공기가 서늘한 것보다는 다른 것들이 얼핏얼핏 신경쓰인다. 이 손 닿은 곳이 일순 식어내리지 않을지. 이 평화의 시대에 그런 일이 일어나거든 상대에게 책임 있을 리 만무하므로 괜히 닿은 손이 그 목숨 앗아가는 것이 아닌지. 그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므로 쉽게 닿아오지 않는 것은 상대를 배려해서다. 불시에 닿아오는 군인의 손이란 위압감을 부르고 상대를 겁나게 한다. 늘상 조금쯤은 웃는 낯임에도 그는 웃은 적 있냐는 질문 듣곤 했고, 거기에 제 말씨나 행동거지, 낯의 상처자욱 같은 것들이 일조했음을 모르지 않으니 더 거리를 지킬 필요가 있었다.
또, 그는 잠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꿈을 꾸는 일이 잦지 않고 간혹 꾸는 꿈도 이미 꾼 적 있는 것들로 일관되어서, 그것은 등 뒤에서 식어내리는 몸뚱이와 같이 익숙하고 단 한 번도 그를 죽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보다 잠 설친 다음 날에 상태가 나빠 일을 버벅일 것이 신경쓰인다. 그 기복도 심하지 않아 눈치채일 일 없겠으나 혹여나 누군가가 그것을 신경쓰게 할 것이 거슬린다. 다만 스스로를 다듬는 일에 강박이 섞였음을 알기때문에, 그저 아는 것만으로도 그는 그 사실 자체를 두려워하진 않는다. 괜찮아보이려는 껍데기가 좋은 습관은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스스로 그것을 수정할 수 있다고 믿는다. 너 이상해. 저 녀석 원래 저러냐? 특이한 족속이군. 그런 소리들을 충격없이 넘겨내는 것도, 놀라는 반응 쯤 보란 듯 쉽게 끌어내는 것도 지적받은 것을 그가 이미 알기 때문이고 아무렇지 않게 넘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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