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요정

매끈한 흰 편지지가 봉투 없이 달랑 한 번 접혀있다.
바깥에 ‘가짜요정’이 제목이라도 되는 양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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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 아닌 것 같으니까 말 안 해줄래요.
침대 밑에 계기판이 왜 있어요? 침대를 타고 여행중인가요?

p.s. 회신은 다른 종이에 해주면 고맙겠어요. 종이가 없는 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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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필인 글씨는 가까스로 편지지의 반 접힌 선 위쪽에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