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ro

To. 플린 R. 다이어 본문

1차/바스티온 M. 핸즈

To. 플린 R. 다이어

윤라우 2023. 9. 1. 00:03

To. You

귀관이 아니라,

 


 

 편지 받고 놀라지 않을지 걱정이군. 심각한 내용은 아니니 염려 마라.

 일반적인 편지 서문이 아니라는 건 아는데 그런식으로 쓰면 기겁할까봐 걱정이 되어서. 다시 적는데, 심각한 내용은 아니야.

 

 어쩌면 심각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드는군. 다시, 내용의 문제는 아니고. 원래 상관에게 받는 글들은 다 그렇잖나. 긴장했나? 내용이 심각할까봐? 솔직히 조금은 놀려먹은 거 맞다. 너무 토라지진 마라. 여전히 군에서 함께 복무하는 부하에게 편지를 쓸 일이 한참 없었던 탓에 나도 긴장을 한 모양이지. 실망했나. (이것도 조금은 농이다.)

 이전에 네게-호칭 탓에 놀라게 했다면 미안하군. 불쾌했다면 이 편지만 참아줘.- 편지 쓰는 일에 대해 가벼운 조언을 했던 게 생각나서. 그리고 더불어, 아직 그 편지를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하고 있지는 않나 싶어 쓴다.

 봤지? 편지의 서두란 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야. 정돈되어 있으면 보기 좋기야 하겠지만 그런 게 대수인가. 소식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그저 소식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소식 전하는 입장이라면 전할 소식만으로도 정신이 없을테고. 편지의 장점이란 게 그런 것 아닌가. 정돈되지 않은 말하기라도 되짚어 읽다보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정돈되는 딱 그것. 바라건데 내 글도 그랬으면 하는군. 상관과 너를 염려하는 지인-이것도 너그러이 참아줬으면 싶다.-사이의 간극을 잡기 힘들어서 다소 두서없으리란 걸 안다. 하지만 너는 영민하니 그 정도는 쉬이 구분해 낼 수 있으리라 믿고, 의도 역시 쉽게 파악하리라 믿는다. 나도 지인들에게 편지는 자주 쓰는데, 보내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죄다 아무렇게나 용건 때려넣은 것들이 대다수니 이건 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이 맞다. 그걸 가족간에도 쓸 수 있나 싶겠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 치료가 그렇듯이.

 이제서야? 싶겠지만, 이번에야말로 주제넘지 않았나 하는 걱정이 들긴 하는군.

 

 뭐, 네가 했던 약간의 오해를 정정하기 위한 것도 있으니 다소의 무례는 눈감아주겠지 싶다. 이 언저리부터는 그냥 찢어 버려도 괜찮으니 윗단까지는 새겨 들어라. 조언에 얹은 진심에 거짓은 없어. 

 

 나는 간혹 네가, 주변 사람들을 너무 과히 평가하고있지 않나 생각해. 그래. 그러니까 네가 내게 했던 말들. 화목, 인망, 그런 것들. 그리고 굳이 덧붙이자면 나를 향하던 이런저런 시선들. 책망할 생각 없으니 염려 말고. 그냥 걱정할 뿐이다. 남을 틀에 박아넣고 생각하는 것 쯤, 누구나 흔히 하는 일이니 과히 걱정하지 않기로 하겠다. 문제는 그게 아니고. 그렇게 살면, 글쎄. 외롭지 않나? 플린. 군은 좁은 세상이야. 거기에 몸 욱여넣고 사는 입장이 되어서 네게 그러지 말란 말은 못 하겠다만은 부디 그 안에 든 채로, 남들을 또 틀에 넣고, 그래서 더 좁은 세상에 스스로를 구겨넣은 채로 있지는 않기를 바란다. 스스로를 넣지 않은 틀에 길 가로막히는 실수를 사람은 너무도 쉽게 하니까. 너도 언젠가 부하들을 부리게 될 입장에서, 틀에 넣지 않은 사람과 직접 닿을 필요는 있어. 길어지는군. 이만 줄인다.

 

 면대면으로는 이렇게 과히 거리 좁히지 않을테니 부담스러워 말고.

 양친 두 분께 뭐라도 좋으니 간단히 안부 전해라. 어려운 일 아니잖나.

 

사과를 담아,

바스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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